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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일러스트 쉬즈홍, 자연에서 탄생한 괴수

대만 일러스트 쉬즈홍(徐至宏, Hom)의 예술 창작 여정은 흔히 말하는 고난의 연속과는 달라 보인다. 그는 대학에서 정식 미술 교육을 받았고, 군복무 중에도 쉬지 않고 그림을 그려 출판사의 러브콜을 받아 삽화가로 데뷔했다.

많은 작업 의뢰가 몰리며 수상도 이어졌지만, 과잉 작업은 오히려 창작 열정을 갉아먹었다. 그러던 중 예술 레지던시가 그의 창작 지평을 넓혔다. 2014년 타이난(台南) 소롱 문화원구에서 두 달간 머문 경험은 그에게 새로운 관찰의 눈을 줬고, 이후 그는 대만 각지를 여행하며 작업 세계를 확장했다.

쉬즈홍 작업실 전경
쉬즈홍 작품 이미지

그는 그림을 평면에만 머물지 않고, 손으로 빚는 괴수 도자 시리즈로 영역을 넓혔다. 여행과 자연 관찰은 그의 색채와 형태를 바꾸는 원천이 되었다. 2016년에는 대만 출판계 최고 권위인 금정상(金鼎獎) 도서 삽화부문을 수상해 대중의 주목을 받았다.

쉬즈홍 작품 전시 풍경

작업실에서 만난 대만 일러스트 쉬즈홍의 일상

가을 오후, 중부 타이중(台中) 북쪽의 펑위안(丰原) 작은 도시에 도착했다. 이곳은 관광지라기보다 소박한 주거 도시다. 쉬즈홍은 이 동네에서 자랐고, 타이난 레지던시 후 친구들과 함께 옛집을 작업실로 꾸몄다.

쉬즈홍 작업실 입구

작업실은 2층에 자리해 있고, 에어컨은 설치하지 않았다. 그는 웃으며 “여기 찾기 어렵죠?”라고 인사를 건넸다. 소박한 공간에는 작품을 늘어놓기보다 창작을 위한 도구와 자료가 정리되어 있었다.

쉬즈홍과 작업실 밖에서 지내던 길고양이
쉬즈홍과 그가 돌보는 길고양이

짧은 만남으로도 그의 소박한 성품이 전해졌다. 그림책으로 명성을 얻은 그는 자신의 창작 속도를 지키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어린 시절부터 만화와 애니메이션을 보며 그림에 몰입했다는 점은 지금의 작업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쉬즈홍 어린 시절 영향을 준 만화책

대학 졸업 후 그는 교사 자격을 얻었지만 교직으로 나아가지 않고 군복무를 택했다. 그는 군복무 기간이 창작을 되돌아볼 기회가 됐다고 회고했다. 휴가 때마다 서점에 가서 출판사 정보를 찾아 자신의 작업물을 보냈고, 그 과정이 결국 삽화가로서 길을 열었다고 말했다.

창작 전환점, 레지던시와 색의 변화

2009년부터 수주 작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뒤 그는 어느 순간 그림 그리는 일이 고통스러워졌다고 털어놓았다. 그래서 타이난 레지던시를 신청했고, 그곳의 정적인 골목과 건물이 그의 시선을 바꿨다.

쉬즈홍의 회색톤 그림

그는 자신의 그림이 이전보다 어두운 회색 빛을 띠게 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저는 어두운 색이 안전하게 느껴져요. 그림은 회색으로 시작하는 편이니까, 그렇게 하면 이어질 수 있는 여지가 생깁니다.” 이 시기에 그의 첫 도시 풍경 그림책 《안정된 시간》(安靜的時間)이 완성되었다.

《안정된 시간》 그림 일부

그의 작품은 넓은 공간감과 희미한 인물 부재가 특징이다. 종종 고양이는 유일하게 등장하는 생물이다. 그는 고양이를 자신과 닮은 관찰자로 보았다. “고양이는 소음이 되지 않아요, 그림에 방해가 되지 않죠. 저는 그 고양이처럼 관찰하는 사람이에요.”라고 말했다.

여행과 자연, 그리고 괴수의 탄생

타이완 전역을 돌며 그는 고아한 풍경을 화폭에 담았다. 고양이와 같은 관찰자의 시선과 더불어, 자연은 그의 색채를 변화시켰다. 특히 이란(宜蘭)의 비와 식물은 그의 작품에 선명한 색을 가져다주었다.

이란 지역 풍경에서 영감을 받은 색채

그는 섬 지역에서 본 밝은 화강암과 난여(蘭嶼)의 해양색에서 얻은 색감을 작품에 도입했다. 산과 바다에서 얻은 에너지는 그의 창작을 다시 일으켜 세웠다. “자연에서 돌아올 때마다 에너지가 충전되는 기분이에요. 그 힘으로 다시 그림을 그립니다.”

쉬즈홍이 그린 '산신' 연작의 모티프인 연취산(鳶嘴山)

도시와 자연을 오가는 상상 속에서 괴수들이 태어났다. 고양이처럼 은밀히 관찰하던 그는, 어느 밤 고성(高雄)에서 야간 달리기를 하며 떠올린 공상으로 첫 괴수를 그려냈다. 이후 괴수는 오염과 환경 변화의 상징으로 확장됐다.

쉬즈홍의 '산호 달팽이 괴수' 도자 작품
珊瑚螺獸, 산호와 달팽이에서 영감받은 괴수

도자와 회화, 서로를 닮게 한 제작 방식

그는 회화에서 도예로 확장하면서 창작 방식이 완전히 바뀌었다고 말했다. “도자 작업은 다른 두뇌를 요구합니다. 단계마다 계획해야 하고, 과정을 되돌릴 수 없어요. 반면 회화는 덧칠로 해결할 수 있죠.” 이 이성적 방식은 오히려 그의 회화를 보다 구조적으로 완성하게 했다.

쉬즈홍의 도자 작업 장면

그는 도예를 스트레스 해소 수단으로 시작했지만, 결국 자신이 그려온 괴수를 입체화하는 즐거움을 발견했다. 괴수 도자 시리즈는 전시로 이어졌고, 그의 작업을 새로운 관객에게 소개하는 역할을 했다.

전시 중인 괴수 도자 작품들

그는 괴수 시리즈를 완전히 끝내고 싶지는 않다고 했다. 다만 언젠가는 그림책으로 그 세계를 정리해보는 것을 생각하고 있다. 동시에 자연과 연결된 개인적 메시지를 꾸준히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Executive Producer: Angus Mok
Producer: Mimi Kong
Interview & Text: Kary Ng
Photographer: Wei

작가 프로필 요약

쉬즈홍(徐至宏)은 1985년생으로 대학에서 예술을 전공했다. 군복무 후 삽화가로 활동하며 여러 수상 경력을 쌓았고, 회화와 도예를 오가며 괴수 시리즈로 주목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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