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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라노 디자인 위크 2026 설치 10선

밀라노는 매년 4월, 전 세계 디자인의 에너지가 한데 모이는 도시로 변신한다. 2026년 밀라노 디자인 위크에서는 기술과 예술, 지속가능성과 럭셔리가 충돌하며 새로운 감각 경험을 제시했다.

이번 리포트는 현장에서 주목받은 10개의 설치 작품을 따라가며, 디자인이 어떻게 공간과 감각을 재구성하는지를 살펴본다. 관객 참여형 작품이 많아 현장 체험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었다.

밀라노 중심, 몽클레르의 거대 문어

밀라노 시내의 10 Corso Como 외벽을 거대한 문어가 감싸 안았다. 이 작품은 패딩 브랜드 몽클레르가 선보인 것으로, 부풀어 오른 패딩의 질감을 팽창식 조형으로 재현했다.

문어의 촉수는 창문과 발코니까지 이어져 건축 내부로도 확장된다. 관객은 마치 해저 동굴을 걷는 듯한 체험을 하게 되며, 몽클레르는 이를 통해 최신 ‘여름용 라이트 다운’ 컬렉션을 함께 공개했다.

문화가 만나는 업사이클 체스, reEDIT의 《竹棋·茶桌》

Isola 디자인 구역의 ‘No Space for Waste’ 전시에선 홍콩의 순환 디자인 스튜디오 reEDIT가 눈길을 끌었다. 작품명은 《竹棋·茶桌: 업그레이드 재생 체스 테이블·체어 세트》다.

버려진 대나무와 홍콩식 밀크티 찻잎, 재생 플라스틱을 결합해 만든 테이블은 동서의 체스 규칙을 한 점에 담는 시도로 주목받았다. 한쪽은 중국 장기, 다른 쪽은 서양 체스로 구성된 체스판은 문화적 대화의 상징이다.

reEDIT 창업자 재클린 척은 이 작품을 통해 재료의 재생이 어떻게 지역 문화의 이야기를 담아낼 수 있는지를 보여주고자 했다고 밝혔다. 이번 밀라노 전시는 그들의 국제무대 진출을 상징하는 계기이기도 하다.

스코다의 색채 연주, 다채로운 충전식 조형

체코 자동차 브랜드 스코다는 17세기 궁전 중정에 거대한 다채 충전 조형군을 설치했다. 작품 제목은 “Ooooh, that’s EpiQ”다.

스페인 건축가 겸 디지털 아티스트 리카르도 오르츠와 협업해 생분해성 소재를 활용한 대형 인플레이터블 조형을 제작했다. 낮에는 색채의 흐름을, 밤에는 조명과 음향이 결합된 퍼포먼스를 선보인다.

아르켓의蔬果 회전목마, 도시 속 식감의 놀이

북유럽 브랜드 아르켓은 Giardino delle Arti에 1대의 과일·채소 테마 회전목마를 세웠다. 작품은 18세기 말 전통 회전목마를 재해석해 1대5 비율의 거대 과일을 좌석으로 사용한다.

관객은 거대한 배, 가지, 양파 등에 직접 탑승해 음악과 함께 도는 체험을 할 수 있다. 일상적 식재료를 판타지로 바꾸는 발상이 인상적이었다.

뷔브 클리코의 노란 태양정원, ‘Chasing the Sun’

프랑스 샴페인 하우스 뷔브 클리코는 ‘Chasing the Sun’이라는 몰입형 정원을 선보였다. 브랜드의 시그니처 컬러인 옐로우를 중심으로 해바라기와 금잔화로 미로를 구성했다.

현장에는 기간 한정 Clicquot Café가 운영되었고, 셰프 안드레아 마타소글리오가 아티스트의 작업을 접목한 메뉴를 내놓아 시각과 미각을 동시에 자극했다.

부첼라티의 수중 연극, ‘Aquae Mirabiles’

이탈리아 주얼리 브랜드 부첼라티는 몬테나폴레오네 거리에서 ‘Aquae Mirabiles’라는 주제로 전시를 개최했다. 전시 기획은 페데리카 살라가 맡았고, Balich Wonder Studio와 영국 작가 Luke Edward Hall이 참여했다.

신작 ‘Caviar’ 은거 시리즈를 중심으로 금속의 단단함과 물의 유연성을 조합한 공간을 만들었다. 주얼리가 생활용품으로 확장되는 지점을 시각적으로 풀어낸 점이 돋보였다.

구찌의 시간 연대기, ‘Gucci Memoria’

구찌는 Chiostri di San Simpliciano 수도원에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뎀나 주도의 ‘Gucci Memoria’를 선보였다. 고요한 수도원 공간과 전위적 설치가 독특한 대조를 이룬다.

전시는 열두 장의 태피스트리로 브랜드의 연대기를 엮어 보여준다. 관객은 회랑을 걸으며 구찌의 과거와 현재, 미래가 서로 어떻게 얽히는지를 체험할 수 있다.

이솝의 빛과 그림자 실험실

호주 스킨케어 브랜드 이솝은 ‘The Factory of Light’라는 몰입형 설치를 통해 건축적 착시와 장인 정신을 결합했다. 로드니 에글스턴이 설계한 이 공간은 폐건물 외벽을 재구성해 긴 복도를 만들었다.

관객은 손 관리 체험으로 여정을 시작한다. 마지막에는 10,826개의 호박색 유리병으로 만든 파도형 설치를 지나며 빛의 온도를 직접 느끼게 된다.

루이비통의 여행 코드, 가방 속 우주

루이비통은 Palazzo Serbelloni를 시간 캡슐처럼 연출해 여행 가방을 매개로 한 미시적 우주를 구현했다. Objets Nomades 컬렉션과 아르데코 디자인의 만남이 인상적이었다.

1920년대 ‘Celeste’ 화장대의 재현, Campana 형제가 디자인한 Cocoon Dichroic 의자 등은 과거와 미래의 디자인 언어를 동시에 보여준다. 공간 곳곳에서 브랜드의 전통과 실험정신이 교차한다.

리나 고트메의 생명적 건축, ‘Metamorphosis in Motion’

레바논계 파리 거주 건축가 리나 고트메는 Palazzo Litta에서 건축과 생물학의 경계를 허무는 설치를 전시했다. ‘Metamorphosis in Motion’은 보는 이로 하여금 ‘느린 시간’을 체감하게 한다.

움직임과 빛, 소재가 만들어내는 미로를 통해 관객은 환경과의 새로운 관계를 상상하게 된다. 이 작품은 건축이 자연의 작동 방식에 더 가깝게 설계될 수 있음을 질문한다.

이번 밀라노 디자인 위크에서 확인한 점은 명확하다. 설치 미술은 단순한 시각적 쇼케이스를 넘어, 공간과 관계를 재설계하는 실험장이 되었다는 것이다. 도시를 걷는 매 순간, 예상치 못한 감각의 전환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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